승리의 3요소, 당신의 ‘심기체’는 안녕하십니까?
몇여년간 벚꽃 결투를 하고 대회에 참여하다보면 여러번 이기고 지고는 합니다. 저는 항상 대회에서의 패배가 마음이 아파서 바로 복기에 들어가는 편인데... 입문하던 시절에는 덱구축, 카드카운팅, 카드운용 등이 주요 이유였지만, 어느 때부터는 그런것만이 패배의 원인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뭐든지 이론화 하려는 습관때문인지 이를 승리의 3요소로 이론화 하였는데 그게 바로 ‘심기체(心技體)’ 이론입니다. “ 무슨 중국 무협물 느낌 아니냐?”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이미 다양한 스포츠에서 통용되는 개념이라고 생각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에 대해서 한번 정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대회환경이나 카드분석보다는 벚꽃결투를 대하는 ‘플레이 태도’에 관한 글이라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덱 어떻게 짜야 하나?”부터 “왜 좋은 덱인데 이기질 못하지?”까지를 심기체의 관점에서 풀어보겠습니다.
1. 체(體): 덱이 바로 ‘내 몸’이다
벚꽃결투에서 체는 패산(덱) 에 해당합니다. 기본적으로 벚꽃결투 같은 덱구축 카드게임에서 패산은 승리 설계도의 핵심이 됩니다. 특히 이 게임은 여신의 콘셉트와 카드들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잘 만든 덱의 완성도가 천차만별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잘 만든 덱은 내 승리 플랜을 자연스럽게 실현하도록 돕고, 동시에 상대 여신의 강력한 순간들을 회피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게 해줍니다. 쉽게 말하면, 체가 흔들리면 아무리 기술(기)과 마음가짐(심)을 갈고닦아도 제 힘을 발휘하기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선은 “어떤 승리 계획으로 이 게임을 끝낼 건가?”부터 덱에 담아내세요. 그 다음은 상대가 노리는 승리 루트를 어떻게 견제할지, 혹은 망쳐놓을지 고민해 보면서 구축합니다. 매치업에 맞는 좋은 덱을 구축했다면 승리의 1단계는 끝난 겁니다.
2. 기(技): ‘기’술 없이는 승부도 없다
벚꽃결투에서 기(技)는 결투 기술입니다. 이 게임은 한정된 벚꽃결정과 행동권(Action Point; AP)를 갖고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 중간에 행해지는 기본동작이나 카드사용 하나하나가 누적되어 나중에 크게 쌓입니다. 그래서 카드게임 치고는 자원관리가 매우 중요하고, 소위 말하는 기본기가 치명적으로 작용합니다. 또한 쿠루루, 신라, 렌리 같은 여신마다 독특한 기믹들이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숙련도에 따라 여신의 포텐셜을 끌어내는게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즉 카드게임 치고 이 게임은 꽤나 카드사용 순서나 기술과 숙련도가 필요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승리 전략과 운영도 다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숙지도 필수입니다. 그리고 내 여신과 덱만 볼 뿐 아니라, 상대 여신에 대해서도 지식이 있어야하고 카드카운팅이 같이 진행되어야 합니다. 상대가 어떤 행동을 하고자 하는지 예측하는거는 수싸움이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숙지 난이도가 올라갑니다. 기는 체가 기본이 된 상태에서 반드시 키워야 하는 능력치 중 하나입니다. 결국 플레이어가 직접 패와 카드를 내고 상대의 의도를 간파 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덱이라도 기술이 따라주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3. 심(心): 덱과 내 마음가짐을 하나로 맞춰라
마지막으로 심(心)은 플레이어의 마음가짐입니다. 좋은 덱을 만들었고, 상대 카드 카운팅과 더불어 매번 올바른 선택을 했지만, 뭔가 찜찜하게 패배를 하는 경우가 많다면, 보통은 이 마음가짐에서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쉽게 말하면 덱의 스타일과 마음가짐을 일치시켜야 한다 입니다. 호쾌하고 선공권 가득한 어그로덱을 들고 왔는데, 정작 실제 플레이는 소심하고 방어적으로만 임한다면 덱의 폭발력은 사라집니다. 반대로 컨트롤 덱으로 상대의 수에 차분히 대응을 해야하는데, 오히려 내가 먼저 자원을 써서 나서면서 주도권을 갖으려고 하면, 폭발력도 시원찮으면서 상대에게 주도권을 넘겨줄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내 덱에 따라 승부수를 내고 행할 수 있는 것은, 게임의 흐름과 내가 갖는 역할을 파악했을 때, 역할과 덱에 맞는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야 실행할 수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덱이더라도, 플레이어가 확신을 갖고 돌리면 예상외의 성과를 낼 수 있는게 벚꽃결투입니다. 오히려 100% 정답인 덱이었어도 마음가짐이 흐트러지면 덱의 포텐셜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심기체의 균형을 맞추는게 벚꽃결투를 잘하는 법이다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만약에 내가 최근에 게임을 입문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플레이어라면 먼저 체를 쌓는 노력부터 해봅시다. 좋은 덱과 우승덱을 적극적으로 배껴보고, 이후 점차 카드들을 구분할 수 있게 되면, 안전 구축단계에서 스스로 좋은 덱, 즉 좋은 체를 갖추게 될 것입니다. 좋은 체를 쌓음과 동시에 기술에 대한 공부도 해야합니다. 기술을 쌓는 것은 좋은 공략글과 탑 플레이어들의 게임 영상들을 많이 보고 공부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카운팅이 중요한 게임인 만큼, 만약 대회를 나가고 싶은 플레이러라면 1티어 여신이나 동네 플레이어가 자주 사용하는 여신에 대한 공부는 해야합니다. 그리고 많이 플레이를 하면서 효율적인 플레이에 대한 경험을 쌓는 것이 필요합니다. 끊임 없이 고민하면서 모든 정보들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주도적으로 내가 판단할 수 있도록 체화를 해야합니다.
체와 기가 다 준비되어서 마지막 한단계를 넘어야 하는 사람이라면, 이제 심에 대해 고민을 해야할 때입니다. 내가 본 구도대로 덱을 짰을 때, 나는 이 덱에 맞는 좋은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지를 고민해야합니다. 저는 이것이 주어진 상황을 대하는 태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심을 쌓는 과정이 이제까지의 수련의 성과를 드러내는 진짜 단계라 생각합니다. 단순히 고민없이 남이 쌓아둔 덱과 숙련도만 배껴왔다면, 덱에 맞는 마음가짐을 갖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마음가짐과 의지를 쌓는 것 부터는 이제 남이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내 스스로의 마음으로 중심을 잡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가 제가 정립한 심기체 이론입니다. 대회를 복기하면서 제 스스로가 생각하면서 구축했던 이론인데, 혹시라도 벽에 부딪히신 분들이 있다면, 또는 게임 잘하는 법을 수련하고 싶으신 분이라면 도움이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심기체보다도 가장 중요한 마지막을 말하며 글을 끝맺으려 합니다.
심기체보다 먼저 쌓으면서도 가장 놓지 말아야 할 것은 락(樂)입니다. 우리가 이 취미를 하는 이유는 게임이 재미있어서이고, 우리는 프로게이머가 아닙니다. 모 게임의 말처럼 '룰을 지켜서 즐겁게 게임을'을 실천할 수 있다면, 승패는 아주 심각한 문제가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즐거움을 느끼려 노력하는 것이 이 취미를 오래 즐길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5. 01. 08 이오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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